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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 컬렉션 분석/18 FW Season

18FW 구찌(Gucci) 런웨이 컬렉션 리뷰 [사이보그 선언]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맥시멀리즘은 계속된다.

18FW 시즌 미켈레의 구찌는 이전 시즌에 역시 연이은 맥시멀리즘을 선보였다.

미켈레를 포함한 모든 패션하우스는 자신의 철학, 

혹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보이는

철학적 뮤즈의 사상과 이념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미켈레의 이번 시즌 철학적 백그라운드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담론과

미국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에 기반한다.

솔직하게 이들의 철학적 배경이나 이론은 잘 모르지만... 

뒤에 나름 찾아본 정보들로 가볍게 정리 해놓았다.



어쨌든 이번 시즌 미켈레는 역시 맥시멀리즘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철학적 뮤즈로 삼은 이들의 컨셉을 무대 세팅과 소품으로 반영했다는점.

참고하면 컨셉을 이해하는데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8 F/W Gucci by Alessandro Michele




알고가면 좋을 배경지식



미켈레는 특히나 런웨이를 앞두고 뮤즈를 설정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지난 시즌 싱어송라이터 엘튼존을 오마주하였고, 

이번 시즌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와 미국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를 

철학적 뮤즈로 삼아 시즌 런웨이 컨셉으로 설정했다.


철학..하면 어렵지만 쉽게 이야기 해보자면

미셸 푸코는 특정한 대상에 대해 타인이 결정하는, 즉 일원적이고 타율적인 정체성을 부정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탐구하자라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시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이, 혹은 사회가 정한 것이 아닌, 나에 대한 생각을 내가 정하자..라는

자기계발 서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의미라고 보인다.



또한 미국의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을 통해서 

성별, 문화 등의 다양한 범주로 만들어진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사이보그의 미래를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미셸 푸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번 시즌룩과 무대 세팅에 있어 컨셉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아이디어라고 생각이 든다.



이번 시즌 미켈레는 스스로를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설정하여

미래적 인간상, 즉 포스트 휴머니즘을 제시한다. 이러한 컨셉을 위해 런웨이 무대를

세계 최대 규모의 병원인 미국 미네소타주의 메이오병원을 모방하여 연출했다고한다.






1. 드레스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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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은 매치-매치 방식의 스트릿 스타일이 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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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미켈레는 지난 시즌과 차이를 두어 드레스 업 스타일을 선보였다.

매치-매치와 드레스 업 용어는 하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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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자켓의 구조적인 변형이 돋보인다. 

기존에 고샤 루브친스키, 베트멍 등에서 선보인 롱 커프스, 더블 커프스가 트렌드가 되었던 사례가 떠오른다.

최근 스트릿 스타일의 부상과 함께 기존의 관습에 벗어나는 패션 코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제 유행의 시기가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미켈레는 이번 시즌 또 다른 구조적 변형을 선보였다.



- 두번째 줄, 첫번째 사진

구찌의 아이코닉한 패턴이 돋보인다. 톤다운된 빨/초 보색 조합은 언제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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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업 : 옷을 승격해서 착장한다. 차려입는다. 복장을 신경써서 입는다.


매치-매치 : 비슷한 컬러와 색조, 소재를 매칭하는 코디 방식. 

가령 같은 색조의 상하의를 입는다던가, 코트와 같은 소재, 컬러, 무늬 패턴의 백을 매칭한다던가. 



    


    









2. 파격적인 소품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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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그리고 일반적인 런웨이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소품을 활용했다.

자신의 얼굴 형상 혹은 드래곤, 도마뱀, 구찌의 뱀 등등 다소 섬뜩하고 소름 돋을 수 있는 소품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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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품들은 이번 시즌 미켈레가 제시하는 철학적 컨셉과 맞닿아있다고 본다.

미켈레는 자신을 새로운 개성과 정체성을 창조해내는 디자이너로 정의하며,

이러한 정의를 토대로 자신을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표현하는 무대 세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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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들이 들고 있는 본인 얼굴 형상의 소품은 자신을 타자화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스스로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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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도마뱀, 구찌의 뱀 등은 미셸 푸코의 철학적 컨셉에 착안하여

생물학적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탐구하고 스스로 정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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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레의 런웨이는 패션뿐만 아니라 나름의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어

뜯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 MLB와의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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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에 SEGA와의 협업에 이어 정통 스포츠 패션 브랜드 MLB와 협업을 진행했다.

MLB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뉴욕 양키스의 로고를 적극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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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한 MLB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

구찌만의 새로운 콜라보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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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레의 협업은 1+1이 아니라, 매번 또다른 새로움을 창조시키기에 

매 컬렉션마다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4.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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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F/W 구찌의 컬렉션을 뚫고 지나가는 핵심적 컨셉은 

외부적 요인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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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인 대상에까지 자신을 투영하는데 국경은 무엇이 문제랴.

'이국적'이라는 표현보다는 국경에 매달리지 않는 다국적 컨셉이라는 표현이 

이번 시즌 미켈레의 컨셉에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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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분야에서 아시아,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이국적'이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 자체에

서구 중심적 사고방식이 담겨있다고 하며 사용하기를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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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표현은 머리 장식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나며,

이번 시즌 90여가지 룩 중에 50여 가지 룩에서 머리 장식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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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울과 레이스의 발라크라바(첫째줄 2번, 3번, 둘째줄 1번, 2번), 터번(셋째 줄 1번), 보석 장식의 헤드 드레스 등

굉장히 다양한 각국의 문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스타일을 선보인다.





    


    


    






정리 


이번 시즌도 구찌의 맥시멀리즘은 지속되었다.

맥시멀하지만 통일성있고, 미켈레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히 보이기 때문에

지속되는 스트릿, 맥시멀 트렌드 속에서도 유난히 빛나는 것이 사실이다.


미켈레나 뎀나 바잘리아와 같이 분명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몇몇 디자이너들에게는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 본연의 가치를 뒷전에 두고 상업적인 가치만 따라가는 런웨이가 약간은 아쉬운 부분은 있다.

전통적인 아이콘과 가치를 브랜드 로고에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에서 찾을 수 있는 런웨이를 보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풀 런웨이 영상과 함께 오랜만에 남긴 런웨이 컬렉션 리뷰를 마무리한다.